[이웰갤러리] 박주현 초대개인전 - [새겨진 시간] 울리는 시간
이웰갤러리
BUSAN
2026-03-11~2026-03-27

박주현 전시

 

 

 

이번 전시는 나와 마주하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조각 가에게 도구는 단순히 손의 기능을 연장하는 물건이 아니라 작업을 함께하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이다. 나는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도구 들을 바라보며,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조형의 언어로 풀어낸다.

 

 

조각 행위는 단순한 제작을 넘어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며 다시 기록 하는 과정이다. 발견된 사물들은 깎이고 다듬어지며 새로운 몸을 얻고, 기능을 넘어선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망치는 동물이 되고 도구 는 하나의 신체가 된다. 작품에 남겨진 손노동의 흔적들은 세상을 살 아가는 한 사람의 시간과 삶을 담아낸다.

 

 

일상 속에서 사용되다 누군가의 삶을 떠난 사물들은 '당근'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연히 나의 작업실로 들어온다. 그렇게 발견된 사물들 은 이미 하나의 시간을 지나온 존재이자 또 다른 여정을 앞둔 기억의 조각들이다. 나는 이 사물들을 단순한 중고 물품이나 재료로 보지 않는다. 닳은 표면과 무게, 결함처럼 보이는 상처들에는 이전 주인의 손길과 반복된 사용의 흔적, 그리고 말로 남지 않은 삶의 시간이 층층 이 쌓여 있다. 나는 이러한 시간의 밀도를 조형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전시장에는 바람과 물의 소리가 흐르고, 멀리서 동물들의 울음이 들 려온다. 코끼리의 낮은 울림, 사자의 포효, 늑대의 긴 울음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조각들 사이를 떠돈다. 그 소리들은 생명의 흔적처럼 작품 위에 내려앉는다.

 

 

그렇게 사물은 기억의 매개가 되고 개인의 시간은 공유 가능한 서사 로 확장된다. 사라진 소리의 여운처럼, 조각은 지나간 삶의 흔적을 현재의 공간 속으로 다시 불러낸다.